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드래곤을 유괴하다'를 쓰고 있는 유주입니다. 대단한 작가님들이 많이 있으신데, 그 가운데 저에게 이런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심성의껏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
Q. 평소 작가님의 취미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또, 그 취미를 작품에 어떻게 연결시키는지 궁금해요.
- 남들과 다른, 혹은 무언가 특별한 건 없는 듯합니다. 게임도 하고, 독서도 하고, 운동도 하고, 사람도 부지런히 만나고….
집필에 매몰되어 살다 보면 무언가에 몰입해서 개인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불가능해서 틈틈이 즐길 만한 일들을 주로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하루는 온전히 쉬자고 휴일을 통째로 빼서 저에게 할애하려 했는데 딱히 할 만한 일이 없더라고요. 그날은 밖을 혼자 돌아다녔는데, 별거 없었습니다.
다만 지금 작품을 쓰면서 생각의 초점이 전부 글에 맞춰지게 되어 무엇을 하든 글에 관한 영감을 떠올리려고 노력하는 편이 된 것 같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즐겁고 감각적이며 서정적이거나 짜릿한 것들이 많이 있는 거 같아요. 그 모든 것을 유심히 바라보고 깊게 생각하면 언젠가는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되어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작가로 활동하며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요. 집필 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 보람을 느낄 땐 좋은 글을 썼을 때입니다. 좋은 글이 잘 안 나오는 게 너무 힘들어요. 여기서 좋은 글의 기준은 독자님들의 반응입니다.
Q. 웹소설의 장점과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장점이라면…글쎄요. 웹 소설만의 장점이 있을까요? 장점이라고 한다면 비교할 대상이 있어야 하고. 만약 이후의 장단점을 다른 창작물들과 비교한다면 웹소설의 장점은 빠른 전개가 있겠네요.
많은 이야기가 단시간에 전달되는 점이 장점인 듯합니다. 웹툰으로 1년 내내 봐야 할 이야기를 웹 소설에서는 두어 달이면 볼 수 있으니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웹 소설의 '매력'은 단순 오락성에 그 근간을 두어 순수하게 즐겁다는 것입니다. 글쟁이들은 온종일 재미있는 이야기, 매력적인 인물, 즐거운 상황을 두고 고민하거든요. 여기에는 장편 연재와 활자라는 요소가 구조적으로 가지는 성질이 큰 영향을 끼치는 거 같아요.
활자는 눈으로 읽어 이해해야 하기에 직관적이지 않은 매체인데 연재는 또 하필 초 장편이거든요. 그러니 오락적인 비중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이지요. 이해하기에 노력이 필요한 매체를 오래 보는데 답답하기만 하면 따라가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이러한 이유로 이야기의 초점이 오락성에 조금 더 집중되며, 다른 분야의 창작물과는 약간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Q. '드래곤을 유괴하다'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간단하게 적어주세요.
- 이야기의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한 번은 피폐하고 고장 난 어른과 꾸밈없는 아이의 관계성을 그려보고 싶어서였습니다. 어렸을 때 레옹을 보고 꽂힌 것 같아요. 레옹에 관한 생각이야 사람마다 다양하고 순수한 키다리 아저씨의 서사로 보시지 않는 분들 또한 더러 있으시겠지만, 저는 그러한 요소에서 오히려 현실감을 느꼈거든요.
그런데 1:1로 하기에는 장편 서사를 끌고 갈 자신이 없어서 피보호자의 수를 늘렸고 인간으로 하기에는 심심해서 드래곤으로 설정했습니다. 거기에 제 나름대로 예전부터 생각했던 주제 의식들을 열심히 섞어 보았습니다.
Q. 여러 캐릭터 속 실제 모델이 있다면.
- 많은 독자께서 특히 여름이 캐릭터를 되게 아껴주시는 것 같아요. 봄, 가을, 겨울이 순수한 창작에 가깝다면, 여름은 어떤 지인분의 모습에서 많이 따왔습니다.
과거에 친하게 지내던 연상의 여성이셨고, 성격이 거칠고, 말이 험하고, 술과 담배를 참 좋아했고, 성적인 말과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그래서 그것이 오히려 선정적이지 않게 느껴지며 솔직하지만 생각이 깊고.
어린 시절이 참 힘들었지만, 극복하려고 자신을 버려가며 밤낮으로 노력하고...참 열심히 사는 분이셨습니다. 존경스러운 분이었어요. 이제는 연락하지 않지만 그분은 잘 지내고 있으실까요?
Q.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는 누가 있나요.
- 다 비슷하게 소중합니다. 작중에서 주제 의식에 따라 혹은 매력에 따라 인물이 지니는 위치적인 가치나 비중에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적어도 제가 애정을 주는 것만큼은 의식적으로 공평하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재미없는 대답이라 죄송합니다. (웃음)
<이미지 출처 : 웹소설/드래곤을 유괴하다/유주 작가/ blog.naver.com/homelessfox/221771414826>
Q. 작품에 대한 일러스트가 예쁘다는 댓글이 많은데 웹 소설 완결 후 웹툰으로 연재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 우선 예쁜 일러스트를 그려주신 수많은 독자님, 쵸쵸 작가님, 여름이용돈 독자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웹툰!! 저도 웹툰이 되면 좋겠네요. 회사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하니 제가 따로 기대는 하지 않지만(안 되었을 때 실망스럽기 때문입니다.) 아주아주 작은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습니다. 될지는 모르겠어요. 좋은 그림 작가님을 만나면 좋을 텐데(웃음).
Q. '드래곤을 유괴하다' 완결 후에 새로운 작품 계획이나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 쓰고 싶은 게 참 많습니다. 스피드런에 관한 이야기, 소통이라는 주제를 메타적으로 활용한 이야기, 과거에 썼다가 연중한 아포칼립스 소설, 로켓단 같은 느낌의 1남 1녀 1펫 이야기, 굉장히 피폐한 이야기, 중세 용병 이야기, 기갑 소설, 음악 소설, 200편 내외의 짧은 아카데미물, 단순한 헌터물, 여캐 안하면 죽는 병에 걸린 남자의 게임판타지 등등.
뭘 쓰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뭘 쓰든 다음 작품은 조금 더 오락적으로 즐거운 이야기를 쓰고 싶네요.
Q. 최근 웹 소설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웹 소설 작가가 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이나 준비해야 할 게 있다면.
- 많이 읽고, 쓰고, 고민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너무 판에 박힌 대답일까요? 그렇지만 이게 정답인걸요.
이건 TMI인데요. 종종 저는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 좋은 이야기를 써 내려갈 때가 있습니다. '캬... 유주 폼 실화냐? 나는 진짜 전설이다'...하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그 하루 전날에 저는 담배를 두 갑씩 피우고 밤에 스트레스로 잠도 거의 잘 못 잤을 때가 많습니다. 예민해져서 동굴에 기어들어 갈 때도 종종 있습니다. 이야기가 저를 짓누르는 밤이 되면 저는 죽고 싶고 도망치고 싶어지거든요.
혹시 보다 보면 이야기의 재미나 수준 편차가 크게 느껴지지 않으셨나요? 제가 안정적으로 재미를 뽑아내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매번 새로운 걸 보여드리고 싶은데 욕심만큼 머리가 안 굴러가서요.
대신 제가 고통받는 만큼 이야기는 매력적으로 나오는 편인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정신이 풀려 느슨해지는 순간 이야기가 덩달아 이상해지곤 한답니다. 변명하자면, 매 편을 완벽한 준비로 임하기가 현실적으로 버겁거든요. 아무래도 장편에 걸친 일일연재이기 때문입니다.
저보다 더 잘 쓰시는 분들은 쉽게 이야기를 써내실까요? 그런 분도 있으신 거 같고...더 필사적으로 매달리시는 분들도 있으신 듯합니다. 실제로 지인 가운데 정신과 다니시는 작가님들도 많이 있고요. 저도 가끔 정신이 나갈 거 같아요.
글을 써서 성공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면, 참 다양한 길이 있겠지요. 그치만 공통되는 요소로 '성실함'과 '다독다작다상량'이 필요한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거 같아요.
만일 누군가가 처음 이야기를 써보신다면 매일 한 편 정도는 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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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 및 정리 : 김지훈 / 남나현 / 양슬기 / 왕정수 / 유재현 객원기자(한남대학교 경영학과)